자여니

진솔해지는 방법

선생님. 한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결코 깨닫지 못하는 게 슬픈 걸까요. 전 그런 이유에서 슬퍼해하거나 그 인간이 불행한 지점에 있다 생각 안 하려고요. 오히려 내세울 것 없다는 걸 전력을 다해 부정하는 인간이 더 불쌍해.

그리 강하지도 못하면서 여기저기 드센 모습을 보이는 때가 누구나 있겠죠.

저도 얄팍한 모습을 감추려 그렇게 애를 쓰곤 합니다.

요새는 또 매사에 신중하지 못하고 세상사에 관심을 거두고 싶을 때가 많아요. 호기심 많은 척, 사람 좋은 시늉 하다가도 다시금 제 처지에만 신경이 곤두서죠.

가끔은 제 속에 머무는 걸 도저히 못 견디고 온몸 구석구석이 팡!하고 터져버릴 것만 같은 때도 있습니다.

지내는 환경이 변해도 저를 괴롭히던 관성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오히려 깃털처럼 가벼워져서 제 곁을 둥실둥실 떠다녔던 기억.

비가 오면 달라붙었다, 햇볕에 마르면 멀리 날아가버렸다 하는 느낌. . .

그럼에도 상쾌한 기분을 종일 유지하며 깃털과 멀어진 날들로 생을 빼곡히 채우겠다는 속내. ..

제 정체된 생각을 늘어놓고 싶은 마음은 참으로 없었지만 이제는 전보다 진솔한 사람이 되고 싶어 졌습니다.

저는 패기 넘치게도 실수 가득한 인생을 목표로 삼아왔지만 어느 순간 실수가 두려워 걸음을 멈췄습니다.

긴 시간 동안 괜찮은 척 무리들을 지나쳐 왔고 혼자가 돼서는 무표정인 얼굴로 대부분을 지냈어요.

답이 없는 문제에 직면한 채, 머릿속을 지배한 '완벽'과 '허무' 비스무리한 것들에게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반복해 왔습니다. 다행히 돌파구 하나쯤은 있었지요. 그게 뭐냐 물으신다면, 제가 불충분한 인간이라는 사실을 자주 되뇌는 일이요. 어떠한 실패와 거절에도 너무 좌절하지는 않게끔 말이죠.

스스로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에 우쭐대는 인간이라. 하하 속이 다 시원하네요

저는 무모한 생각들로부터 도전할 용기를 충전하곤 해요. 죽음을 생각한다거나 자기 파괴적인 고독을 떠올리기도 하죠. 돌이켜보면 저를 곧장 일으켰던 수많은 생의 결심들이 많았던 것 같네요.

고작 10초여도 좋으니 진심으로 나를 위한 다짐을 하는 일.

재빠른 결심들을 모아 모아 용기 내 살았더라고요.

어디에도 의존하지 않은 채 '오로지 나를 위한 다짐'을 반복하는 재미.

지금껏 다짐 또 다짐했던 일이 무색해지게 금세 취약해지는 때도 찾아오겠지요. 그럴 땐 저를 믿고 기다려주려고요. 앞으로 펼쳐질 모든 것이 불안하고 스스로를 향한 의심들을 거둘 수 없을 때에도, 일단 믿어주는 것.

날 주눅 들게 하는 것이 사람이든, 일이든, 내 몸이든 상관없어요. 다시금 누구도 아닌 나를 믿으면 될 테니까.

나를 믿는 순간만큼은 흙과 모래가 뒤엉킨 바람 따위 겁내지 않을래요. 그러고 싶어요. 그럴게요.

5월. 어느 카페에서.

허구 올림

[치기어린 것들을 쏟아낸다. 삐쭉삐죽. 잔뜩 심통난 마음으로 뱉어낸 글들을 어찌저찌 동글동글 포장해서 내뱉는다.

나중에는 문장들이 전부 허구처럼 보일 때가 있다.]

Thoughts?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