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여니

어수선한 마음 (1)

일기를 써내려갈 힘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느낀다.

남은 오늘 하루를 적적하게 보내지 않기 위해 발버둥. 감사 일기를 써보는 둥 마는 둥.

같이 요리하고 밥 먹어줄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다. 하루를 같이 보낼 친구가 있음에 감사하다. 혼자 빈둥거리며 게으른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친구들을 초대할 공간이 있음에 감사하다. 안부를 나눌 가족이 있어 감사하다. 건강한 신체로 춤을 출 수 있음에 감사하다. 노래 부를 수 있는 목소리를 가진 것에 감사하다.

오늘은 이 정도? ? 감사하지만 입가에 미소가 뗘질 정도는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내 기분이. 우리의 기분이 짱 좋아질 수 있을까. ꔚ

일상 곳곳에 자리한 사람들에게 더 잘하는 것 ? 남들보다 나를 먼저 ···· 라고들 하지만 남에게 친절을 베풀고 나서야 내 기분이 좀 좋아지는 나는 ¿ 어딘가 웃기다

마음은 왜 이리도 푹푹 잘 꺼질까. 기쁨만이 가득 채워지는 날이 있을까. 모두가 불쾌한 기분을 긍정적으로 만들려 애쓰고 일부는 억누르며 살아간다는 생각을 하니 어쩐지 마음이 편해진다.

잠깐의 회피로는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사랑스러운 친구들, 여행, 좋은 음식, 좋은 음악 같은 것들.

나를 채워주는 것들을 내면이 아닌 세상에게서 찾아야 한다는 글에 고개를 주억거리며 믿었다. 꼭 그랬으면 좋겠어서 외웠다. 내 안에서 무언갈 찾는 일이 지겹기도 하고 말도 안된다고 생각해서. 그랬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다.

바깥에서 깃발 꽂을 곳을 찾게 된다면 끝에 가서 더 허망한 감정들을 느끼게 되진 않을까 싶었다.

해결책은... 사랑인가? 사랑은 내 안에 있는거겠지?

또 이런 생각이 들었다.

돈과 사랑 중에 뭐가 더 주기 어려울까. 난 돈이다. 사랑은 생각보다 주기 쉬운 것이 되었다. 난 날 잃어도 좋으니 사랑을 준다. 그러다가 사랑도 소멸되고 날 지킬 돈도 없어지면 난 무얼 줄 수 있지? 어디서 존재의 기쁨을 찾지?

사랑을 채워야지.

그래 사랑을 채워야겠지. 돈을 채우다가는 사랑마저 잃어버리게 될거야.

사라지기 전에 사랑을 채우자. 듬뿍.

Thoughts? Leave a comment

Comments
  1. 사랑사랑사랑이으뜸이지 — May 27, 2024:

    저 또한 사랑부터 채워야 겠네요. (아직은) 돈을 줄 수도 채울 수도 없으니.

  2. 기다리는 사람 — Aug 31, 2024:

    따뜻한 바람은 어수선한 마음을 가져온대. 이제 곧 시원해지면 어수선한 마음은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다. 어수선한 마음(2)를 기다릴게.